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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울릉도 맞습니다…숨겨진 눈의 왕국에서 낭만캠핑

작성일
2023.02.14 14:26
등록자
울릉_관리자
조회수
425
첨부파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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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섬은 매혹적이다.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생각해보니 겨울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설중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때마침, 울릉도에서 겨울 축제가 열렸다. 망설임은 시간만 늦출 뿐, 서둘러 캠핑 짐을 꾸렸다. 겨울 캠핑의 끝판왕, 울릉도에 다녀왔다.

서해 최북단 대청도부터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까지, 가 봐야 할 섬은 셀 수도 없지만
이상하게 늘 내 마음을 잡아끄는 곳은 울릉도다. 하지만, 그곳은 쉽게 닿을 수 없는 섬이었다.

배편은 포항, 울진 후포, 강릉, 동해 묵호 네 곳 뿐인 데다, 그마저도 겨울철엔 휴항하거나 결항이 잦다.
겨울철에는 파도와 바람이 거세고, 여행객들도 드물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도 배편 예약을 해 놓고서 전날 포항에 도착했지만,
막상 출발 당일 아침에 결항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울릉도행을 포기해야 했었다.

북인도 유목민이 된 기분으로
이번엔 달랐다. 2021년 9월 취항한 울릉크루즈 덕분이다. 포항 영일만과 울릉도 사동항을 잇는 울릉크루즈는
아담한 쾌속선에 비해 선체가 큰 편이라 파도가 웬만큼 높아도 운항이 가능하다.

지난 2일 오후 10시20분, 포항 영일만에서 출항하는 울릉크루즈에 차량을 실었다.
침대가 있는 캡슐 호텔 형식의 4인 객실 내부에는 샤워 가능한 욕실까지 딸려 있었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뱃길로 약 7시간,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울릉도가 코 앞이었다.
오전 7시20분, 울릉도 사동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도착 전날까지 폭설이 쏟아졌던 울릉도는 온통 은빛 세상이었다. 차량을 찾아 울릉도 일주도로를 달렸다.
눈길을 걱정했으나 일주도로는 깔끔하게 제설 되어 운행에 무리가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울릉도 풍경은 기막힌 설국의 바다였다.

울릉도 유일의 평야 지대, 나리분지를 찾았다. 겨울 축제가 한창이었다. ‘2023 울라 윈터 피크닉’이다.
지난 1월10일부터 2월28일까지 50일간 펼져지는 이 축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적설량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울릉도에서 캠핑과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행사다.

나리분지 한가운데 최근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인 울릉도 고릴라 ‘울라’가 초대형 아트 벌룬으로 들어 앉아 있었다.

축제장 한 쪽에 마련된 커피 부스에서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며 살펴보니 일찍 도착한 백패커들이 저마다
하룻밤 묵어갈 작은 집을 지어 놓았다. 나는 늦은 오후 도착해 서둘러야 했다. 설렘은 언제나 고된 육체노동의 고통을 상쇄시킨다.

눈 위에 집을 짓는 일은 눈을 걷어내고 팩을 박는 일까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텐트를 칠 기회도 좀처럼 흔치 않은 법, 삽으로 눈을 퍼내고 바닥을 잘 다진 후
그 위로 그라운드시트를 깔며 낑낑거리면서도 힘든 줄을 모르는 것이다. 설원에 어울리는 작은 집이 완성되었다.

달과 함께 빛나는 내 작은 집은 마치 저 멀리 북인도 라다크 유목민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주변으로 알록달록한 텐트의 색감이 눈밭 위에서 더욱 선명했다. 하나둘 랜턴이 켜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들 어디 갔나 했더니, 주최 측에서 마련한 투명하고 귀여운 모양의 버블 텐트에 삼삼오오 모여 이른 저녁을 짓고 있었다.
텐트마다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와 함께 설국의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기사전문 : 한겨례(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1079277.html)